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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은 절대 안되지만 풍자의 가면 쓴 증오도 안된다”

곽수근 기자, 뉴욕=나지홍 특파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01-19 10:54

확대되는 '샤를리 파문'

프랑스판 9·11’로 불리는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 세계의 테러 규탄 시위 현장에서 ‘나도 샤를리다(I am Charlie)’라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민주주의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는 어떤 폭력이나 테러 위협에도 결코 꺾여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였다.

하지만 이슬람교 선지자 무함마드를 풍자하는 만평을 게재한 샤를리 에브도 최신호를 기점으로 샤를리에 우호적이었던 여론에 기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폭력으로 짓눌러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풍자의 가면을 쓴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증오 표현)’가 무한정 허용되는 것에도 반대한다는 것이다. 중동·북아프리카 등 이슬람권에선“샤를리 최신호는 이슬람교에 대한 모욕”이라며 규탄하는 시위가 폭동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하지만 반()샤를리 진영도 폭력에 대해선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40여 개국 정상들과 함께 지난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테러 규탄 행진에 참석했던 요르단 국왕 압둘라 2세는 샤를리 최신호에 대해 “세계 이슬람교도에 대한 모욕으로 무책임하고 무모한 도발”이라고 비판하면서도, 폭력시위에 대해 “상호 인정과 존중이란 공동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건설적인 방식이 필요하며, 폭력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I am Charlie"

프랑스 시사만평 주간지 ‘샤를리에브도’가 총격 테러 이후 처음 발간한 특별판을 추가로 찍기로 결정해 총 부수가 700만부에 이르게 됐다고 CNN 머니가 17(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 14일 발간한 특별판 300만부가 바로 매진돼 200만부를 추가로 찍었는데도 유럽 각국의 수요가 몰려 동나자 200만부를 더 찍어내기로 한 것이다. 평상시 발행 부수(6만 부)의 약 120배에 이르는 총 700만부를 찍게 된데는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고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연대감을 보여주려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CNN 머니는 전했다. 지난 7일 무장 괴한의 ‘샤를리 에브도’테러로 숨진 12명에 대한 추모의 의미와,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테러에 맞서자는 취지로 세계 곳곳으로 확산된 ‘나도 샤를리(I am Charlie)’운동의 열기에 힘입은 결과라는 것이다.

<프랑수아 올랑드(왼쪽)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를 방문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16일(현지 시각)
파리 엘리제궁에서 만나 손을 잡고 있다. 두 사람은 양국이 테러에 반대하는 협력 체제를
공고히 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후 케리 장관은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과 함께 테러가 발생한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을 찾아 헌화했다./신화통신 뉴시스 >


앞서 15일 뉴욕타임스(NYT)는 “샤를리 에브도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가 파리·마르세유 등 프랑스 곳곳의 영화관 100여 곳에서 상영될 예정”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려는 움직임의 하나라고 전했다.

샤를리 에브도가 특별판 표지에 ‘나도 샤를리’라는 플래카드를 든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등장시켜 이슬람 국가들의 반발을 부르고 있는 가운데
,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17일 “표현의 자유가 없어서 그것(성역 없는 표현·풍자의 자유)을 이해하지 못하는 국가가 있다”며 “프랑스는 표현의 자유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샤를리 에브도의 제라르 비아르 편집장은 미국 NBC방송 프로그램에서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은 오히려 종교의 자유를 보호한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평을 통해) 신은 정치적이거나 공적인 존재가 아니라 개인적인 존재라는 것을 알리려 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신자와 비신자가 공존할 수있게 했으니 종교의 자유를 지켜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8일 프랑스의 주요 일간, 잡지, 방송사의 대표들이 샤를리 에브도의 정상 발행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진보·보수 성향을 불문하고 프랑스 언론계의 거물들이 손을 맞잡고 샤를리 에브도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수정 헌법 1조에 ‘언론·출판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보장을 명시한 미국도 ‘나도 샤를리’운동에 대한 공조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은 지난 16일 프랑스를 방문해 샤를리에브도 총격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진에 참석하지 못한 것에 대해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에게 사과하고, “(샤를리 에브도 테러) 고통을 함께 나누고 대책 마련에도 동참하겠다”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NBC 방송은 “표현의 자유는 탄광에서 산소 부족을 알리는 카나리아처럼 사회가 얼마나 성숙했는지 알려주는 척도로, 결코 제한할 수 없는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I am not Charlie"

지난 16일 오후 요르단 수도 암만의 암만 후세이니 모스크(이슬람 사원) 앞 광장. 이슬람교 종교의식인 금요 기도회를 마친 신자수천 명이 쏟아져 나와, 지난 14일 최신호에서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풍자하는 만평을 실은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이하 샤를리)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선지자를 모욕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그린 만평을 계속해서 게
재하자, 아랍권에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슬람에서는 무함마드를 그리는 것 자체
를 금기시한다. 16일(현지 시각) 알제리 수도 알제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성난 표정의
남성이‘나는 무함마드다(Je suis Mohamed)’라고 쓴 슬로건을 들어 올리고 있다./AP 뉴시스 >



요르단은 무함마드의 직계 후손인 압둘라 2세 국왕과 라니아 왕비가 세계 40여국 정상과 함께 지난 11일 샤를리 테러를 규탄하는 파리 대행진에 참가했던 나라로, 테러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샤를리 최신호가 나온이후 기류가 바뀌었다. 최신호에서조차 극단주의 세력이 아닌 무함마드를 겨냥한 만평을 다시 내자 분노한 것이다. 이슬람권에선 무함마드의 형상화나 비판이 금기로 돼있다. 요르단 언론협회와 이슬람 단체들은 잇따라 성명을 내고 “샤를리 만평은 이슬람을 모독하는 동시에 테러를 부추기는 행동”이라고 밝혔다.


AFP통신은 반()샤를리 시위가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이슬람권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니제르 수도 니아메에선 16~17일 반샤를리 시위가 폭동으로 번져 10명이 사망했다. 러시아에서 이슬람교도가 많은 잉구셰티아 자치공화국에서도 1715000여 명이 모여 샤를리 규탄 집회를 가졌다. 이곳과 인접한 체첸 자치공화국 람잔 카디로프 대표는 “19일 수도 그로즈니에서 100만명이 모여 샤를리 만평에 반대하는 행진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슬람권은 샤를리 최신호를 “표현의 자유를 남용한 이슬람교에 대한 도발”로 규정하고 있다. 파리 대행진에 참석했던 아흐메트 다부토을루 터키 총리는 지난 15일 “표현의 자유가 모욕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터키와 이란, 러시아 정부는 국내 언론의 샤를리 만평 게재를 금지했다.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같은 서방언론은 ‘나는 샤를리가 아니다(I am not Charlie)’는 표현을 통해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없는 선정적 풍자를 비판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AP통신, CNN 등 상당수 미 주류 언론은 “샤를리 만평은 이슬람교도에 대한 불필요한 모욕”이라며 만평을 게재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풍자가들이 대중적 공감을 얻으려면 평소 행동으로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했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사회적 가치관이나 윤리 기준에 반하는 증오 표현까지 표현의 자유라는 범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오늘 밤 나는 ‘샤를리 쿨리발리’(샤를리와 테러범 아메디 쿨리발리의 이름을 합친 것)처럼 느껴진다”는 글을 올렸다가 테러 선동 혐의로 체포된 프랑스 코미디언 디외도네 음발라의 사례를 들며 “프랑스 정부가 표현의 자유에 대해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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